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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조선 시대 가뭄 기록과 사회 반응 1. 하늘이 닫힌 해 – 고려와 조선의 가뭄 기록 속 자연의 경고 고려와 조선은 농업 중심의 사회였다. 따라서 비의 유무, 기후의 불균형은 곧 국가의 존립과 직결되는 문제였다. 특히 가뭄은 단순한 기상 이변이 아니라, 백성의 생존, 왕조의 정당성, 사회의 도덕적 질서를 시험하는 사건으로 여겨졌다.《고려사》와 《조선왕조실록》에는 수많은 가뭄 기록이 남아 있는데, 이들은 단순한 날씨 보고서가 아니라, 당시 사회가 자연과 어떻게 관계 맺었는지를 보여주는 일종의 "기후 연대기"다.고려 시대의 가뭄은 대체로 정치적 불안과 함께 나타났다. 예컨대 고려 현종 11년(1020)에는 전국적인 가뭄이 발생하여 강물이 말랐고, 백성들은 굶주림에 시달렸다. 《고려사》에는 “봄부터 여름까지 비가 내리지 않아 백성들이 산야의 풀.. 2025. 10. 8.
몽골 제국의 확장과 초원 기후 변화 1. 기후가 움직인 초원의 민족 – 가뭄과 이동의 역사 몽골 제국의 형성 배경을 이해하려면 먼저 중앙아시아 초원의 기후 변화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유라시아 대륙의 광활한 초원 지대는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인류사의 방향을 바꾼 거대한 생태 무대였다. 특히 12세기 말에서 13세기 초로 이어지는 시기는 기후적으로 매우 불안정한 시기였다. 몽골 고원에서는 짧은 여름과 혹독한 겨울이 반복되었고, 강수량의 불균형이 심해졌다. 한때 풍부하던 초지가 점차 황폐해지고, 말과 양을 키우던 유목민들은 더 나은 목초지를 찾아 끊임없이 이동해야 했다.몽골의 기후는 전형적인 대륙성 기후로, 온도 차가 극심하고 강수량이 적다. 초원 생태계는 기온 변화에 따라 민감하게 반응하며, 약간의 가뭄만으로도 방목 환경이 붕괴될 수 있다.. 2025. 10. 7.
중세 유럽 소빙하기의 영향 1. 기후가 흔든 유럽의 밥상 – 소빙하기와 농업 생산량의 붕괴중세 유럽에서 가장 극적인 기후 변화 중 하나는 14세기 초부터 약 19세기 중반까지 이어진 ‘소빙하기’였다. 이 시기는 평균 기온이 약 1~2도 낮아졌을 뿐이지만, 그 여파는 상상을 초월했다. 특히 중세 유럽 사회의 근간이었던 농업 경제는 기후 변화에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했다. 온도 하락은 단순한 계절 변화가 아닌, 수확량을 급감시키는 장기적 구조적 위기로 이어졌다.당시 유럽의 농업은 기술적으로 매우 제한되어 있었다. 관개 시스템이 발달하지 않았고, 종자 품종도 온도 변화에 취약했다. 그동안 유지되어온 기후의 안정성이 무너지자 곡물 생산 주기가 엉클어졌다. 영국, 프랑스, 독일 북부와 같은 지역에서는 봄철 파종이 늦어지고 가을 수확이 조기에.. 2025. 10. 7.
인더스 문명과 기후 변화 1. 번성하던 인더스 문명, 기후의 균형 위에 세워진 도시 국가들 고대 인더스 문명은 약 기원전 2600년경부터 기원전 1900년경까지 오늘날의 파키스탄 남부와 인도 북서부 일대, 인더스 강 유역을 중심으로 번성했던 문명이다. 하라파와 모헨조다로를 대표로 하는 이 문명은 고도로 계획된 도시 구조, 정교한 배수 시설, 그리고 규칙적인 도시 설계로 유명하다. 인더스 문명은 단순한 농경 사회를 넘어, 당시 세계에서 가장 체계적이고 청결한 도시 환경을 갖춘 문명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이러한 문명의 기반에는 무엇보다도 ‘기후의 안정성’이 존재했다. 인더스 문명의 번성은 인더스 강과 그 지류들이 가져다주는 풍부한 수자원, 그리고 주기적인 몬순의 도움을 받아 이루어졌다.고고학적 증거에 따르면, 인더스 문명 .. 2025. 10. 6.
마야 문명의 몰락과 가뭄 – 사라진 도시의 하늘 아래 숨겨진 진실 1. 찬란했던 마야 도시 국가들 – 열대 우림 속의 문명 오늘날 멕시코 남부, 과테말라, 벨리즈, 온두라스, 엘살바도르에 걸쳐 있던 지역은 한때 고대 마야 문명의 중심지였다. 이들은 정교한 달력, 수학, 천문학, 문자체계를 발달시켜 중남미에서 가장 고도로 조직된 문명 중 하나를 이룩했다. 그러나 9세기 후반, 이 찬란한 문명은 돌연 붕괴의 길로 접어든다. 거대한 도시들은 버려지고, 피라미드는 정글에 묻혔다. 그 이유는 오랫동안 미스터리로 남았지만, 오늘날 과학자들은 그 중심에 기후 변화, 특히 장기 가뭄이 있었다는 점을 점점 더 명확히 밝히고 있다.마야 문명은 단일 제국이 아닌, 수십 개의 독립된 도시국가의 연합체였다. 티칼, 팔렝케, 코판, 칼락물 등은 각각 왕과 사제 계급을 중심으로 한 도시 중심 사.. 2025. 10. 6.
이집트 문명과 나일 강 범람의 주기 1. 나일 강의 범람 주기와 이집트 문명의 생명선고대 이집트 문명을 이해하기 위해 가장 먼저 주목해야 할 것은 바로 나일 강의 범람 주기이다. 이집트는 지리적으로 거의 전 지역이 사막으로 이루어져 있었고, 비는 1년에 거의 내리지 않았다. 그러나 그 척박한 땅 한가운데를 관통하며 북쪽 지중해로 흐르는 나일 강이 있었기에, 인류는 이곳에서 세계 최초의 농경문명을 이룩할 수 있었다. 나일 강의 범람은 단순한 자연현상이 아니었다. 그것은 매년 일정한 주기로 찾아오는 ‘신의 선물’이자 생명의 순환’으로 여겨졌다.나일 강은 매년 여름, 즉 6월 말에서 9월 사이에 범람했다. 이 시기는 에티오피아 고지대에 내리는 계절성 폭우가 원인이었다. 이 비가 청나일과 아트바라 강을 따라 흘러내려오며 이집트 본토의 나일 수위를.. 2025. 10. 5.